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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판례 브리프: '가히' vs 'KAHI', 상품이 달라도 상표 무효

IP 판례 브리프: '가히' vs 'KAHI', 상품이 달라도 상표 무효

특허법원은 화장품 '가히·KAHI'와 같은 이름의 식이보충제 상표 'KAHI'를 수요자 기만을 이유로 무효로 봤습니다. 상품이 달라도 출처 혼동이 인정된 이유와 브랜드 확장 전 확인할 점을 정리합니다.

IP 판례 브리프: '가히' vs 'KAHI', 상품이 달라도 상표 무효

3줄 요약

  • 특허법원은 식이보충제 등을 지정상품으로 한 등록상표 'KAHI'가 화장품 '가히·KAHI'와의 관계에서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다며 등록무효를 인정했습니다(특허법원 2026. 4. 23. 선고 2025허10516, 심결 취소).

  • 법원은 화장품과 식이보충제가 유사 상품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표장의 실질적 동일성, 상품 속성의 공통점, 생산·유통의 겹침을 종합해 출처 혼동을 인정했습니다.

  • 인접 업종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라면 지정상품을 넓게 설계하고, 같은 이름의 타 업종 출원을 감시해야 합니다.

최근 화장품 회사가 건강기능식품을 내고, 식품 회사가 뷰티 제품을 내는 일이 흔해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하나가 업종의 경계를 넘나드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른 상품이니 같은 이름을 써도 괜찮다"는 판단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특허법원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화장품 '가히(KAHI)'를 판매하는 회사가 식이보충제 등을 지정상품으로 등록된 상표 'KAHI'를 상대로 낸 등록무효 사건에서, 특허심판원의 기각 심결을 취소한 것입니다. 특허법원은 이 판결을 2026년 10월 2일 주요판결로 공개했습니다.

판결문에서 원고와 피고는 익명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피고 측이 상고했다가 취하해 판결은 2026년 5월 20일 확정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품이 달라도 등록무효가 된 이유와, 브랜드를 키우는 스타트업이 미리 확인할 것을 정리합니다.

'가히' vs 'KAHI' 사건, 무엇이 쟁점이었나

쟁점은 화장품 브랜드로 알려진 '가히·KAHI'와 같은 이름을 식이보충제에 등록한 상표가 무효인지였습니다. 두 상표의 이름은 같지만, 지정상품은 화장품(제3류)과 식이보충제(제5류)로 달랐습니다.

화장품 상표 가히와 KAHI, 식이보충제 등록상표 KAHI의 표장과 등록번호 비교

출처: 특허법원 2026. 4. 23. 선고 2025허10516 판결문 2~3쪽 (표장 이미지 발췌, 재구성)

구분

원고의 선사용상표

피고의 등록상표 (무효 대상)

표장

'가히'(제1656598호), 'KAHI'(제1739232호)

'KAHI'(제2135127호)

출원·등록

'가히' 2019. 10. 18. 출원·2020. 10. 30. 등록 / 'KAHI' 2021. 1. 27. 출원·2021. 6. 11. 등록

2021. 5. 18. 출원, 2023. 12. 15. 등록결정, 2024. 1. 4. 등록

상품

제3류 메이크업 화장품, 화장품 등 (스틱밤, 선크림, 클렌징폼, 마스크로 판매)

제5류 식이보충제, 보충식품, 미용효과가 있는 식이보충제, 식이보충제용 건강기능식품 등 15개

사용

2020년 4월경부터 오프라인, 온라인, TV 홈쇼핑에서 판매·광고

판결문에 사용 사실 언급 없음

법원 판단

등록결정일 무렵 원고의 상표로 인식

수요자 기만 염려 → 등록무효

경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원고는 2024년 11월 13일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9·11~13호와 제35조 제1항을 근거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 둘째, 특허심판원은 2025년 7월 30일 청구를 기각했습니다(2024당1198). 표장은 유사하지만 지정상품이 유사하지 않고, 저명상표도 아니며, 상품 사이 경제적 견련관계도 밀접하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 셋째, 특허법원은 2026년 4월 23일 제34조 제1항 제12호 후단에 해당한다며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피고는 출원 전부터 '가희(Kahi)'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을 해 왔고, 등록상표는 그 예명을 표시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제12호 후단만으로 결론을 냈고, 부정한 목적을 다루는 제13호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수요자 기만 상표란 무엇일까

수요자 기만 상표란 다른 사람의 상표로 알려진 상표와 같거나 비슷해서, 소비자가 상품의 출처를 잘못 알게 될 염려가 있는 상표를 말합니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2호 후단이 이런 상표의 등록을 막고 있고, 이미 등록되었다면 무효사유가 됩니다.

이 조항에서는 선사용상표가 저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법원은 대법원 판례(2020. 9. 3. 선고 2019후11688)를 따라, 국내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특정인의 상표라고 인식될 정도로 알려져 있으면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판단 기준 시점은 출원일이 아니라 등록상표의 등록결정일입니다.

더 중요한 대목은 상품의 범위입니다. 대법원(1999. 2. 26. 선고 97후3975, 3982)은 상품이 같거나 비슷하지 않더라도, 선사용상표권자가 그 상품에 쓰는 것으로 오인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수요자 기만이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이 법리를 화장품과 식이보충제 사이에 적용한 사례입니다.

실무에서는 여전히 상표 충돌을 지정상품의 유사군 코드로 먼저 따지고 있습니다. 유사군이 다르면 안심하기 쉽지만, 제12호 후단은 그 경계 밖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은 왜 '가히'가 충분히 알려졌다고 봤나

법원은 판매량, 광고비, 노출 경로를 근거로 '가히·KAHI'가 늦어도 등록결정일인 2023년 12월 15일 무렵에는 원고의 상표로 인식되었다고 보았습니다. 판결문에서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거

판결문 인정 내용

판매

2020년 4월경 출시 후 1년 6개월여 만에 1,000만 개 이상 판매, 원고 2021년 매출액 2,500억 원 중 80% 정도

광고비

2021년 광고선전비 약 496억 원

광고모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배우·서예가를 광고모델로 기용

간접광고

2020년 4월경부터 등록결정일 무렵까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드라마 25편에 제품 노출

블로그 광고

이웃 1,000명 이상 등 요건을 갖춘 블로거 130여 명을 통해 광고

평판 분석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27개 화장품 브랜드 빅데이터 평판에서 1위(2022.12.272023.1.27), 2위(2023.3.264.26)

법원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집중된 광고로 형성된 인지도가 그 뒤에도 판매와 광고를 통해 유지·확장되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특허심판원이 판단한 '저명상표' 수준은 아니어도, 제12호 후단이 요구하는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될 정도'는 충분히 넘었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선사용상표의 인지도를 다툴 때 매출, 광고비, 언론 노출을 연도별로 정리해 두는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등록결정일 이전 자료가 시점별로 쌓여 있었다는 점이 판단을 받쳤습니다.

상품이 다른데 왜 출처 혼동이 인정됐나

법원은 화장품과 식이보충제가 유사 상품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세 가지 사정을 종합해 출처 혼동의 염려를 인정했습니다. 특허심판원과 결론이 갈린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상품이 유사하지 않아도 표장 동일성, 상품 속성, 생산 유통의 공통성을 종합해 수요자 기만 염려를 인정한 판단 구조

출처: 특허법원 2026. 4. 23. 선고 2025허10516 판결문 6~11쪽을 바탕으로 비라인특허법률사무소 작성

첫째, 표장이 사실상 같았습니다. 피고의 'KAHI'는 원고의 제2 선사용상표 'KAHI'와 글자체만 다를 뿐 실질적으로 동일했고, 제1 선사용상표 '가히'와는 호칭이 같았습니다. 법원은 'KAHI'가 '가히'를 영문으로 적는 방식(KAHI, KAHEE, GAHEE, GAHI 등) 중 하나이고, 원고가 '가히 KAHI'를 함께 써 왔다는 점도 더했습니다.

둘째, 상품의 속성이 겹쳤습니다. 화장품은 몸에 바르거나 뿌려 미용이나 피부 건강을 위해 쓰는 물품이고, 식이보충제는 식사로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영양소를 보충하는 제품입니다. 법원은 두 상품이 '건강의 유지·증진이나 미용 목적으로 인체에 직접 적용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생산과 유통이 겹쳤습니다. 법원은 바르는 화장품에서 '먹는 미용'으로 소비가 넓어지는 경향이 2000년대부터 여러 차례 보도되었고, 등록결정 무렵에는 화장품 회사로 알려진 기업들이 이미 식이보충제를 팔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두 상품은 인터넷 쇼핑몰과 드럭스토어에서 함께 팔리고, 비타민·미네랄·콜라겐 같은 성분도 공유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쟁점

특허심판원 (2025. 7. 30.)

특허법원 (2026. 4. 23.)

표장

유사

제2 선사용상표와 실질적 동일, 제1과 호칭 동일

상품 유사

유사하지 않음

유사하다고 보기 어려움 (같은 결론)

선사용상표 인지도

저명상표로 볼 수 없음 (제11호)

등록결정일 무렵 원고 상표로 인식

상품 간 관계

경제적 견련관계가 밀접하지 않음

속성 공통, 생산·유통 일부 공통·중복

제12호 후단

해당하지 않음

해당 → 등록무효

즉, 두 기관 모두 상품이 유사하지 않다고 본 점은 같았습니다. 결론을 가른 것은 '같은 이름'과 '업계의 실제 흐름'을 얼마나 무겁게 보았는지였습니다.

가히 화장품 상표 출원부터 피고 KAHI 상표 등록, 무효심판, 심결, 특허법원 판결과 확정까지의 타임라인

출처: 특허법원 2025허10516 판결문, 특허법원 주요판결 게시글(2026.10.02), 확정일은 언론 보도 기준. 비라인특허법률사무소 작성

인접 업종으로 확장할 브랜드라면 무엇을 확인할까

이 판결은 상표 보호의 범위가 지정상품 목록보다 넓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남의 유명한 이름과 같은 상표를 다른 업종에 등록해도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양쪽을 모두 점검해야 합니다.

  1. 확장 가능성이 있는 업종까지 지정상품에 넣습니다. 화장품 브랜드라면 건강기능식품, 이미용 기기, 생활용품처럼 다음 단계 사업이 될 만한 상품류를 출원 단계에서 검토합니다. 이번 사건의 원고는 화장품(제3류) 상표를 근거로 무효심판과 소송을 거쳐서야 식이보충제 쪽 등록을 다툴 수 있었습니다.

  2. 같은 이름의 타 업종 출원을 감시합니다. 상표 공고를 모니터링하면 출원공고 단계에서 이의신청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등록 뒤의 무효심판보다 시간과 비용이 덜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원 단계의 수단은 '부캉이' 사례로 본 정보제공과 이의신청에서 정리한 바 있습니다.

  3. 인지도 자료를 시점별로 남겨 둡니다. 매출, 광고비, 언론·드라마 노출, 평판 순위를 연도별로 정리해 두면, 제12호 후단처럼 '언제 얼마나 알려졌는가'를 다투는 사건에서 바로 증거가 됩니다.

  4. 새 브랜드를 정할 때는 다른 업종의 유명 이름도 확인합니다. 지정상품이 겹치지 않아도, 같은 이름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알려져 있고 업종이 인접하면 등록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상품의 경계보다 소비자의 연상이 먼저입니다

상표법은 상품을 류(類)와 유사군으로 나누지만, 소비자는 그 칸을 보며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보는 것은 이름이고, 그 이름을 쓰는 회사가 무엇을 팔 법한지에 대한 연상입니다.

'가히' 판결은 그 연상이 업계의 실제 흐름과 맞물릴 때 상표 보호가 지정상품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IP 판례 브리프인 '그립톡' 상표의 보통명칭 사건이 이름이 너무 퍼져 권리를 잃은 경우였다면, 이번 사건은 이름이 충분히 알려져 다른 업종까지 지킨 경우에 가깝습니다. 브랜드 확장의 시대에 상표 전략은 지금 파는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우리 이름에서 떠올릴 상품을 기준으로 설계하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정상품이 다르면 같은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해도 되나요?A.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같은 이름이 다른 회사의 상표로 알려져 있고 상품 사이에 견련관계가 있으면, 지정상품이 달라도 수요자 기만을 이유로 등록이 거절되거나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2호 후단). 특허법원 2025허10516 판결이 화장품과 식이보충제 사이에서 이를 인정했습니다.

Q. 수요자 기만 상표로 무효가 되려면 선사용상표가 유명해야 하나요?A. 저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내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특정인의 상표라고 인식될 정도로 알려져 있으면 되고, 그 판단은 문제 된 상표의 등록결정 시를 기준으로 합니다.

Q. 화장품 브랜드로 건강기능식품을 낼 계획이라면 상표를 따로 출원해야 하나요?A. 건강기능식품이 속하는 제5류는 화장품(제3류)과 다른 상품류이므로, 사업 계획이 있다면 해당 상품류에 별도로 출원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번 판결처럼 사후에 무효를 다툴 수도 있지만, 이 사건도 심판 청구(2024년 11월)부터 판결 확정(보도 기준 2026년 5월)까지 1년 6개월가량 걸렸습니다.

Q. 자기 이름이나 예명으로 낸 상표도 무효가 될 수 있나요?A.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고는 예명을 표시한 상표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름의 사연과 관계없이 출처 혼동 염려를 기준으로 제12호 후단 해당을 인정했습니다.

참고자료

  1. 특허법원, "[상표]가히 사건(특허법원 2025허10516)", 2026.10.02, https://patent.scourt.go.kr/dcboard/new/DcNewsViewAction.work?seqnum=28614&gubun=44&cbub_code=000700

  2. 특허법원 제5부, "2025허10516 등록무효(상) 판결문", 2026.04.23 선고, https://file.scourt.go.kr/dcboard/1790928442662_170722.pdf

  3. 동행미디어 시대, 특허법원 'KAHI' 상표 등록무효 판결 확정 보도, 2026.10.19, https://www.sidae.com/article/2026101810572463647

  4. 국가법령정보센터, "상표법" 제34조, https://www.law.go.kr/법령/상표법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Author

이준권 대표 변리사

디테일은 집요하게 보되, 사람은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제 일의 원칙입니다.

정확함과 배려는 함께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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