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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판례 브리프: '그립톡' 상표는 왜 보통명칭이 됐을까

IP 판례 브리프: '그립톡' 상표는 왜 보통명칭이 됐을까

특허법원은 히트상품 이름 '그립톡'이 휴대폰 거치대를 부르는 보통명칭이 됐다며 등록무효를 유지했습니다. 상표권자의 사용 방식이 판단을 가른 이유와 스타트업의 관리법을 정리합니다.

IP 판례 브리프: '그립톡' 상표는 왜 보통명칭이 됐을까

3줄 요약

  • 특허법원은 등록상표 '그립톡'이 스마트폰용 거치대·홀더 등 5개 지정상품의 보통명칭이 되었다고 보고, 등록무효 심결을 유지했습니다(특허법원 2026. 7. 23. 선고 2025허10266, 청구기각).

  • 검색, 쇼핑몰, 공공기관 공문서, 설문조사에서 '그립톡'은 특정 회사가 아니라 상품 자체를 부르는 이름으로 쓰였고, 상표권자도 이 이름을 제품명처럼 써 왔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 히트상품을 만든 스타트업이라면 브랜드와 상품명을 처음부터 분리하고, 출처표시로서의 사용과 권리 행사를 초기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최근 히트상품의 이름이 퍼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검색, SNS, 온라인 쇼핑몰이 한 제품의 이름을 몇 년 만에 공용어로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너무 잘 퍼지면, 그 이름이 더 이상 회사를 가리키지 않게 되는 역설이 생기고 있습니다.

2026년 7월, 특허법원은 스마트폰 뒷면에 붙이는 액세서리의 대명사가 된 '그립톡' 상표에 대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업체와 개인 59명이 청구한 등록무효심판에서 특허심판원은 '그립톡'이 보통명칭이 되었다며 일부 지정상품의 등록을 무효로 했고, 특허법원도 상표권자 측의 심결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특허법원은 이 판결을 2026년 10월 6일 주요판결로 공개했습니다.

판결문에서 상표권자와 피고들은 익명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등록까지 마친 상표가 '시장의 말'이 되어 사라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히트상품을 꿈꾸는 스타트업이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글에서는 법원의 판단 근거와 스타트업이 미리 준비할 것을 정리합니다.

그립톡 사건, 무엇이 쟁점이었나

쟁점은 2019년에 등록된 '그립톡' 상표가 그 뒤 거래계에서 보통명칭이 되어 무효로 되어야 하는지였습니다. 등록 이후의 사정 변화로 상표가 효력을 잃는 '후발적 무효사유'가 다퉈진 사건입니다.

등록상표 그립톡(상표등록 제1500633호)과 먼저 등록된 영문 상표 GripTok(제1236760호) 비교

출처: 특허법원 2026. 7. 23. 선고 2025허10266 판결문 9·14쪽 (표장 이미지 발췌, 재구성)

경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원 상표권자 회사(판결문상 'A')는 2016년 스마트폰 그립형 액세서리 '그립톡(Griptok)'을 출시했습니다. 대표이사는 2016년 6월 영문 'GripTok' 상표를 출원해 2017년 3월 등록받았습니다.

  • 둘째, 한글 '그립톡' 상표는 2018년 7월 3일 출원되어 2019년 7월 16일 제9류 스마트폰용 거치대·홀더 등을 지정상품으로 등록되었습니다(상표등록 제1500633호).

  • 셋째, 2023년 11월 22일 피고들(59명)이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특허심판원은 2024년 11월 29일 스마트폰용 거치대·홀더 등 5개 지정상품의 등록을 무효로 했습니다(2023당3717).

이 사건에서는 같은 단어가 두 가지 역할로 쓰였습니다. 등록상표로서의 '그립톡'과 거래계가 실제로 쓴 '그립톡'을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등록상표로서의 '그립톡'

거래계에서 쓰인 '그립톡'

표장

'그립톡'(문자, 제1500633호)

'그립톡', 'Griptok', '○○ 그립톡'

기능

원 상표권자의 상품임을 알리는 출처표시

스마트폰 뒷면에 붙이는 거치대·손잡이를 부르는 이름

사용 주체

원 상표권자

동종업자, 쇼핑몰, 언론, 공공기관, 일반 소비자

법원 판단

늦어도 무효심판 청구 공시 무렵 식별력 상실

상품의 보통명칭으로 통용

상표가 보통명칭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보통명칭이란 거래계에서 업자와 일반 소비자가 그 상품을 부를 때 실제로 쓰는 일반적인 명칭, 약칭, 속칭을 말합니다. 보통명칭은 특정 회사의 상품이라고 인식되지 않으므로,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표법(제33조 제1항 제1호)의 태도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립톡'이 조어라는 점입니다. 법원은 '그립톡'이 영어 'grip'의 음역과 '쏙 볼가져 나온 모양'을 뜻하는 '톡'을 결합한 조어로, 특별한 사전적 의미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동종업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까지 상품을 부르는 이름으로 쓰면, 조어 상표도 보통명칭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후발적 무효는 언제부터 효력이 생기는지도 중요합니다. 상표법 제117조에 따르면 등록 후 보통명칭이 된 상표는 무효사유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권리가 없었던 것으로 봅니다. 그 시점을 특정할 수 없으면 무효심판 청구 내용이 원부에 공시된 때가 기준이 됩니다.

실무에서는 "조어로 만든 이름이니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창업자가 많습니다. 등록 단계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이 판결은 조어의 안전함이 등록 이후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법원은 어떤 증거로 그립톡을 보통명칭으로 봤나

법원은 거래계와 일반 사회가 '그립톡'을 상품 이름으로 써 온 사용실태를 여러 갈래로 확인했습니다. 판결문에 인정된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근거

판결문 인정 내용

시점

검색량

월간 검색량 약 11만 4천 건(이커머스 분석 솔루션 기준)

2019. 7. 12.

쇼핑 검색

'그립톡' 쇼핑 키워드 검색결과 상품 수 522,873건

2023. 12. 17.

판매 업체

한 쇼핑 플랫폼에서 80만 개 이상 업체가 휴대폰 액세서리·거치대 명칭으로 사용

2023. 10. 13.

쇼핑몰 분류

여러 쇼핑몰에서 '거치대/그립톡' 같은 카테고리명으로 사용

2023. 12.경까지

공공기관

국가·공공기관, 지자체, 학교 공문서에서 제작·증정·만들기 행사 사례 약 1,649건

2019년~2023년 말

설문조사

응답자 16만 명 중 95%가 이 물건을 '그립톡'이라고 부른다고 답함

2024. 3. 19.~20.

휴대폰 뒤에 붙이는 액세서리를 무엇이라 부르는지 묻는 설문에서 응답자 95%가 그립톡이라고 답한 결과 막대그래프

출처: 특허법원 2025허10266 판결문 30쪽(을 제170호증) 수치를 바탕으로 비라인특허법률사무소 작성

법원은 2019년까지는 '그립톡'을 '스마트폰 거치대'라고 풀어 설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점차 '그립톡'이 단독으로 상품 종류 자체를 뜻하게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다른 회사가 만든 제품도 소비자들은 '그립톡'이라고 불렀습니다. 지식재산처(구 특허청)도 2018년 12월 '그립톡 판매대행업'을 지정상품으로 한 다른 상표를 등록결정했고, 2022년부터는 여러 상표·디자인·특허 문서에서 '그립톡'이 물건 이름으로 쓰였습니다.

실무에서는 보통명칭화를 주장하는 쪽이 사용실태 증거를 얼마나 넓게 모으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검색 데이터, 쇼핑몰 화면, 공문서, 설문조사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상표권자의 사용 방식은 왜 불리하게 작용했나

상표권자 스스로 '그립톡'을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명처럼 써 왔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법원은 사용실태뿐 아니라 상표권자가 이 이름을 어떻게 다뤘는지도 함께 보았습니다.

협업 제품 포장 뒷면에 Griptok 그립톡이 제품 설명 문구와 함께 표기된 모습

출처: 특허법원 2026. 7. 23. 선고 2025허10266 판결문 15쪽 (2018년경 제품 포장 사진 발췌)

  • 원 상표권자는 2016년 6월경부터 2019년 7월경까지 여러 업체와 협업해 '그립톡'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했습니다.

  • '그립톡'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포장의 '제품명 란'이나 '모델명 란'에 표기되었고, 일부 제품에는 "그립톡(Griptok)이란? … 핸드 그립입니다"라는 설명이 실렸습니다.

  • 협업 상품에는 '주문자 브랜드 × 그립톡' 형태로 쓰였을 뿐, 등록상표를 단독 출처표시로 쓴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법원은 보았습니다.

  • 2019년경 일부 협업 제품에는 제조사에 원 상표권자가 표시되지 않았고, 2016년 공급계약서에도 상표 사용에 관한 조항이 없었습니다.

즉, 소비자가 본 '그립톡'은 늘 다른 브랜드 옆에 붙은 상품 이름이었습니다. 원 상표권자의 협업 제품을 소개하면서 원 상표권자를 언급하지 않은 언론기사도 있었다고 법원은 지적했습니다.

협업과 OEM은 초기 스타트업이 유통을 넓히는 흔한 방식입니다. 다만 내 이름을 남의 브랜드 옆 '제품명'으로만 노출하면, 그 이름이 출처표시로 자리 잡을 기회가 줄어듭니다.

경고장과 ® 표시는 왜 소용이 없었나

권리 행사가 시작된 시점이 이미 보통명칭화가 진행된 뒤였기 때문입니다. 상표권자 측은 세 가지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표권자 측 주장

법원 판단

이의신청·정보제공, 회사소개서의 등록상표 기재, ® 표시, 경고장 발송으로 상표를 보호해 왔다

제출된 합의서·재발방지 서약서는 2019년 1건, 2020년 5건을 빼면 대부분 2023년 11월~2024년 2월경 작성. 이미 보통명칭으로 널리 쓰인 뒤의 조치로 보임

'스마트폰용 거치대' 같은 대체 명칭이 있으므로 보통명칭이 아니다

대체 명칭은 상품류 기재나 기능 설명에 가까운 포괄적 표현이고, 소비자가 실제로 검색·구매할 때 쓴 이름은 대부분 '그립톡'

사용 기간이 10년도 안 되어 보통명칭화를 인정할 수 없다

인터넷과 SNS로 상품명이 짧은 기간에 급속히 확산되는 거래환경을 고려하면 기간이 부당하게 짧다고 볼 수 없음

그립톡 상표 출원과 등록, 협업 공급, 무효심판 청구, 설문조사, 심결과 판결까지의 타임라인

출처: 특허법원 2025허10266 판결문과 특허법원 주요판결 게시글(2026.10.06)을 바탕으로 비라인특허법률사무소 작성

세 번째 판단은 특히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보통명칭화는 오랜 세월이 쌓여야 생긴다는 통념이 있지만, 법원은 SNS 시대에는 그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그립톡'은 2016년 출시 뒤 3년 만인 2019년 7월에 이미 월간 검색량 약 11만 4천 건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히트상품을 만든 스타트업이 확인할 것

이 판결은 상표 등록이 끝이 아니라, 등록 이후의 사용 방식이 권리를 지킨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시 단계에서부터 아래 네 가지를 설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 브랜드와 상품명을 분리합니다. 상품 종류를 부를 일반 명칭을 따로 정하고, 상표는 '○○ 스마트폰 거치대'처럼 상품명 앞에 붙는 브랜드로 씁니다. 상표가 동사나 명사처럼 쓰이기 시작하면 경고 신호입니다.

  2. 협업·OEM 계약에 상표 사용 조항을 넣습니다. 표기 위치, ® 표시, 제조사 표시, "○○는 △△사의 등록상표입니다" 같은 문구를 계약으로 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서의 상표 조항 부재까지 근거가 되었습니다.

  3. 권리 행사는 확산 초기에 시작합니다. 경고장과 합의는 이름이 퍼지기 전에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검색량과 쇼핑몰 카테고리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다른 회사 제품이 내 상표로 불리기 시작하는 시점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4. 식별력이 약해질 이름이라면 다른 자산을 함께 쌓습니다. 하우스 브랜드, 도형 상표, 디자인권을 병행하면 이름 하나를 잃어도 사업 전체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흔한 단어로 지은 이름의 한계는 상표 식별력을 다룬 서울우유 '아침에' 판례 브리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름이 퍼지는 속도만큼, 이름을 지키는 속도도

'그립톡'은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이름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성공 때문에 누구의 것도 아닌 이름이 되었습니다.

상표의 운명은 등록증이 아니라 시장이 그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정해지고 있습니다. 기능명에서 출발한 브랜드의 위험은 'Dev Mode' 사례로 본 스타트업 상표 전략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 히트상품의 시대에 상표 전략은 이름을 짓는 일이라기보다, 그 이름이 계속 우리 회사를 가리키도록 관리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등록된 상표도 나중에 보통명칭이 되어 무효가 될 수 있나요?A. 네, 가능합니다. 상표법 제117조 제1항 제6호는 등록 후 보통명칭 등이 된 상표를 무효사유로 정하고 있고, 그립톡 사건에서도 등록 4년여 뒤 청구된 무효심판에서 5개 지정상품의 등록무효가 유지되었습니다.

Q. 사전에 없는 조어로 만든 상표도 보통명칭이 될 수 있나요?A. 될 수 있습니다. 특허법원은 '그립톡'이 사전적 의미가 없는 조어라도 동종업자와 일반 소비자가 상품 이름으로 쓰면 보통명칭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Q. 내 상표가 보통명칭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A. 상표를 상품명이 아닌 브랜드로 일관되게 쓰고, 상품의 일반 명칭을 따로 제시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협업 제품의 표기 방식을 계약으로 정하고, 무단 사용에는 확산 초기에 대응해야 합니다.

Q. 보통명칭이 되어 무효가 되면 상표권은 언제부터 없어지나요?A. 보통명칭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없었던 것으로 봅니다. 그 시점을 특정할 수 없으면 무효심판 청구가 등록원부에 공시된 때부터 없었던 것으로 봅니다(상표법 제117조 제3항·제4항).

참고자료

  1. 특허법원, "[상표]그립톡(GripTok) 사건(특허법원 2025허10266)", 2026.10.06, https://patent.scourt.go.kr/dcboard/new/DcNewsViewAction.work?seqnum=28628&gubun=44&cbub_code=000700

  2. 특허법원 제4부, "2025허10266 등록무효(상) 판결문", 2026.07.23 선고, https://file.scourt.go.kr/dcboard/1791253366388_112246.pdf

  3. 국가법령정보센터, "상표법" 제33조·제117조, https://www.law.go.kr/법령/상표법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Author

이준권 대표 변리사

디테일은 집요하게 보되, 사람은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제 일의 원칙입니다.

정확함과 배려는 함께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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