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플로우, 6,300억 영업비밀 배상을 뒤집다 - 이오플로우 시리즈 ③
웨어러블 인슐린 패치 기업 이오플로우가 2024년 미국에서 약 4억 5,200만 달러(원화 약 6,300억 원) 영업비밀 배상 평결을 받았지만, 2026년 5월 연방항소법원이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이를 뒤집었습니다. 1심 침해 인정에도 인슐렛이 패소한 이유를 정리합니다.

웨어러블 인슐린 패치 기업 이오플로우가 2024년 미국에서 약 4억 5,200만 달러(원화 약 6,300억 원) 영업비밀 배상 평결을 받았지만, 2026년 5월 연방항소법원이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이를 뒤집었습니다. 1심 침해 인정에도 인슐렛이 패소한 이유를 정리합니다.
3줄 요약
2024년 12월 미국 배심원단은 이오플로우가 경쟁사 인슐렛(Insulet)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약 4억 5,200만 달러(원화 약 6,300억 원) 배상을 평결했고, 이후 법원이 약 5,940만 달러(원화 약 849억 원)로 줄였습니다. (출처: CAFC Insulet v. EOFlow, No. 25-1807 / MedTech Dive)
2026년 5월 28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이 평결을 뒤집었습니다. 1심 배심은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했지만, CAFC는 그 당부를 따로 판단하지 않고 인슐렛이 소송을 너무 늦게 냈다는 점(제소기간 도과)만으로 책임과 배상을 뒤집었습니다. (출처: CAFC 25-1807, 2026.05.28)
영업비밀을 가진 회사라도 침해 정황을 안 때로부터 3년 안에 소송하지 않으면 권리를 잃습니다.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한 줄 알면서 오래 방치하면 법이 더 이상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원칙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입니다.
이전 칼럼 요약
이오플로우는 '세계 두 번째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로 소개돼 온 EOPatch를 개발한 코스닥 상장 의료기기 기업입니다. 시리즈 1편에서는 메드트로닉(Medtronic)의 약 1조 원 규모 인수가 무산된 과정을, 2편에서는 유럽통합특허법원(UPC)에서 유럽 17개국 판매금지를 받은 사건을 다뤘습니다.
2026년 5월 28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미국에서 특허·영업비밀 사건의 항소를 전담하는 법원입니다)이 이오플로우와 인슐렛의 영업비밀 소송에서,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1심 평결을 뒤집었습니다. 1심 배심원이 인정했던 약 4억 5,200만 달러(원화 약 6,300억 원) 규모의 배상 책임이 사라졌습니다. 웨어러블 의료기기로 해외 시장을 노리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이 판결은 영업비밀 분쟁에서 '시간'이 승패를 가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6,300억에서 0으로 - 미국 영업비밀 소송의 반전
인슐렛은 미국 매사추세츠에 본사를 둔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1위 기업으로, 대표 제품은 'Omnipod'입니다. 2023년 8월, 인슐렛은 이오플로우와 창업자 제시 김(Jesse Kim) 대표 등을 상대로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이오플로우가 인슐렛 출신 직원들을 데려가 영업비밀을 빼돌렸고, 이를 토대로 EOPatch를 만들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여기서 영업비밀이란 회사가 비밀로 관리하는 핵심 기술·정보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Omnipod의 설계도(CAD 파일), 부품 제조 공정, 작동 알고리즘 등이 대상이었습니다.
2024년 12월, 배심원단(일반 시민으로 구성돼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재판부입니다)은 이오플로우가 영업비밀 4건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고 약 4억 5,200만 달러(원화 약 6,300억 원)의 배상을 평결했습니다. 2025년 4월 법원은 전 세계 판매를 막는 영구 금지명령을 내리면서, 배상액이 판매금지와 겹친다는 이유로 약 5,940만 달러(원화 약 849억 원)로 줄였습니다.
그리고 2026년 5월 28일, CAFC는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책임 판단과 손해배상·영구금지명령의 기초가 된 지방법원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1심 배심이 인정한 침해의 당부 등 다른 항소 쟁점은 따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CAFC 판결문: 이오플로우&인슐렛 영업비밀
침해는 인정됐는데 왜 졌나 — '3년'이라는 시계
뒤집힌 이유는 침해 여부가 아니었습니다. 침해가 있었는지와는 별개로, 인슐렛이 소송을 제때 냈는지가 결과를 갈랐습니다.
미국 연방 영업비밀보호법(DTSA)에는 제소기간이 있습니다. 제소기간이란 법으로 정한 소송 제기 기한으로, 이 기한을 넘기면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도 법원이 받아주지 않습니다. DTSA의 기한은 "침해를 알았거나,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3년입니다.
법원은 인슐렛이 이미 오래전에 침해를 의심할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판단의 뼈대는 두 가지였습니다.
접근(access): 인슐렛의 기계공학 책임자를 비롯한 전직 직원들이 이오플로우로 옮겨 핵심 정보를 넘겼습니다.
유사성(similarity): 이오플로우의 EOPatch가 인슐렛의 Omnipod와 닮아 있었습니다.
경쟁사가 우리 비밀에 접근할 수 있었고 그 제품이 우리 것과 비슷하다면, 침해를 의심하고 소송을 제기할 만한 상황으로 봅니다. CAFC는 인슐렛이 소 제기일인 2023년 8월 3일보다 3년 전인 2020년 8월 3일 이전에, 전직 직원의 접근과 EOPatch 2의 유사성에 관한 충분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보도들은 이를 '2019년에는 알았어야 했다'는 취지로 요약했습니다. 결국 2023년 8월의 소 제기는 3년 기한을 넘긴 것입니다.
다수의견의 핵심은, 소송 제기에 필요한 모든 직접증거를 확보한 시점이 아니라, 합리적 주의를 기울였다면 영업비밀 침해 청구를 제기할 수 있을 정도의 사실관계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점이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확실한 증거가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는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한 줄 알면서도 오래 방치하면, 법은 그 권리를 더 이상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영업비밀을 가진 쪽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이 판결이 분명히 보여줍니다.
법원도 2대 1로 갈렸다
3명의 판사 중 2명이 파기, 1명이 반대한 판결이었습니다.
5주간의 재판에서 증인 20명이 넘게 증언하고 증거 300건 이상이 제출된 끝에, 배심원단은 "제소기간을 넘기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 의견을 낸 프로스트 판사는, 그런데 다수 의견이 그 사실 판단을 뒤집은 것은 항소법원의 역할을 벗어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단순한 의심만으로 서둘러 소송을 내도록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판결은 미국에서 영업비밀 제소기간을 다룬 선례적 판결(precedential, 앞으로 비슷한 사건에서 따라야 할 기준이 되는 판결입니다)로 분류됐습니다. 그만큼 무게가 있습니다. 다만 인슐렛은 더 많은 판사가 다시 심리하는 전원합의체(en banc)나 연방대법원 상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는 이오플로우가 이겼지만, 다툼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이 가져갈 것
이 사건은 영업비밀을 가진 쪽과 추격하는 쪽 모두에게 시사점을 줍니다.
영업비밀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침해를 의심할 만한 신호가 보이는 순간 시계가 돌기 시작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핵심 인력이 경쟁사로 옮기고 그 회사가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다면, 그 시점이 바로 출발선입니다. 증거를 완벽히 모은 뒤 움직이려다 3년을 넘기면 권리 자체를 잃습니다. 의심 정황을 인지한 날을 기록하고, 증거를 보전하며, 소송 시점을 전문가와 미리 설계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피소된 한국 기업이라면, 거액 평결을 받더라도 항소심에서 절차를 근거로 뒤집을 여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오플로우는 1심에서 6,300억 원 평결과 전 세계 판매금지를 받았지만, 끝까지 다퉈 항소심에서 결과를 되돌렸습니다.
다만 한 전선에서의 승리가 다른 전선까지 풀어 주지는 않습니다. 이번 미국 영업비밀 판결은, 2편에서 다룬 유럽 UPC의 17개국 판매금지와는 별개입니다. 미국에서 이겼다고 유럽 시장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웨어러블·의료기기·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이라면 두 가지를 미리 챙기길 권합니다. 첫째, 핵심 인력의 입사·퇴사 시점에 영업비밀 관리 계약과 접근 기록을 정비하는 것입니다. 둘째, 해외 진출 전에 경쟁사의 분쟁 이력과 특허·영업비밀 위험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참고자료
CAFC 공식 판결문, Insulet Corp. v. EOFlow, No. 2025-1807, 2026.05.28
https://www.cafc.uscourts.gov/opinions-orders/25-1807.OPINION.5-28-2026_2700697.pdfIPWatchdog, "Split CAFC Issues Precedential Decision on Trade Secret Statute of Limitations Standard", 2026.05.28
https://ipwatchdog.com/2026/05/28/split-cafc-issues-precedential-decision-on-trade-secret-statute-of-limitations-standard/Patently-O, "Old Soil, New Clock: The DTSA Discovery Rule After Insulet v. EOFlow", 2026.05.29
https://patentlyo.com/patent/2026/05/old-soil-new-clock-the-dtsa-discovery-rule-after-insulet-v-eoflow.htmlMedTech Dive, "Court overturns Insulet's $59M trade secret verdict against EOFlow", 2026.06.01
https://www.medtechdive.com/news/court-overturns-insulets-59m-trade-secret-verdict-against-eoflow/82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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