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자인권 시장이 글로벌 경기장이 되고 있습니다.
외국 출원이 늘자, 정부가 영문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2026년 5월 28일, 지식재산처(MOIP)는 「From Creation to Protection: A Practical Guide to Korean Design Rights & Examination」이라는 영문 안내서를 공개했습니다.

출원인 이름 한 줄에 무너진 우선권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나인봇(Ninebot)은 전기자전거 디자인을 중국에 먼저 출원한 뒤, 이를 기초로 한국을 지정한 헤이그 국제출원(DM/216600)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우선권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중국 선출원의 출원인은 '나인봇 창저우(常州)' 법인이었고, 국제출원의 출원인은 '나인봇 베이징(北京)' 법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그룹이라도 출원인이 형식적으로 일치하지 않으면 우선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도면이 문제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호주 선출원을 기초로 한국에 들어온 세탁바구니 디자인(DM/240051)은 선출원과 국제출원의 도면 표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선권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두 사례 모두 디자인의 창작성과는 무관한, 절차 단계의 실수였습니다. 그리고 지식재산처는 2026년 5월, 바로 이런 실수들을 모은 영문 안내서를 내놓았습니다.

외국 출원이 늘자, 정부가 영문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2026년 5월 28일, 지식재산처(MOIP)는 「From Creation to Protection: A Practical Guide to Korean Design Rights & Examination」이라는 영문 안내서를 공개했습니다. 해외 기업과 디자이너가 한국에서 디자인권을 취득하는 절차와 유의사항을 담은 자료로, 위에서 본 우선권 불인정 사례를 포함해 외국 출원인이 자주 겪는 실수 — 불명확한 도면, 1출원 다(多)디자인, 관련디자인 제도 오해 — 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배경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습니다.
외국인(비거주자)의 한국 디자인 출원은 2020년 4,788건에서 2024년 5,534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고, 헤이그 시스템을 통해 한국을 지정한 국제출원도 같은 기간 1,478건에서 1,855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제도도 연달아 정비되어 왔습니다. 2023년 6월 관련디자인 출원 가능 기간이 기본디자인 출원일로부터 1년에서 3년으로 연장됐고, 2025년 6월에는 전체디자인-부분디자인 간 유사 판단 기준 합리화와 차량 내장(인테리어) 디자인의 결합 심사기준 신설이 이뤄졌습니다.
2025년 11월에는 부분디자인의 물품명칭 요건이 완화되어, '컵의 손잡이'처럼 전체 물품명을 포함한 명칭도 허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 5월, 이 변화들을 해외 출원인 눈높이에서 정리한 영문 안내서가 나왔습니다.

출원 통계의 증가, 제도 정비, 영문 안내서 발간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한국이 국제 디자인 보호의 주요 목적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문제가 되는가 — 디자인권은 '시점'과 '형식'에 가장 민감한 권리입니다
디자인권 분쟁의 상당수는 창작의 우열이 아니라 절차에서 갈립니다. 충돌 지점은 두 곳입니다.
하나는 시점입니다. 한국은 선출원주의를 따르고, 출원 전에 공개된 디자인은 원칙적으로 등록받을 수 없습니다. 신규성 상실의 예외를 주장하려면 공개일로부터 12개월 내에 출원해야 하는데, 이 기간은 한국 출원일 기준으로 계산되고 외국 최초 출원일로 소급되지 않습니다. 안내서는 인터넷 공개 후 미국 출원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는 사이 12개월이 지나버린 사례를 '부적합'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형식입니다. 우선권은 최초 출원 후 6개월 내 한국 출원, 도면과 출원인의 동일성이라는 요건을 채워야 인정됩니다. 나인봇 사례처럼 그룹 내 법인이 다르기만 해도 우선권은 사라집니다. 디자인권에서 도면과 출원인 표시는 권리의 내용을 정의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같은 회사'라는 항변이 통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스타트업이 체크해야 할 변화
국내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 흐름은 양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먼저 방어의 관점입니다. 외국 기업의 한국 디자인권 확보가 늘어난다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제품을 내놓기 전에 확인해야 할 타인의 권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유실시 검토 대상에 외국 기업 보유 한국 디자인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공개 관리입니다. 안내서는 전시회, SNS,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통한 공개도 신규성 상실 사유가 된다는 점을 별도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이나 인스타그램 티저로 제품을 먼저 알리는 스타트업의 일반적인 마케팅 방식이, 출원 시점 관리가 없으면 그대로 권리 상실로 연결됩니다. 해외 진출까지 계획한다면 12개월의 예외 기간이 각 나라에서 어떻게 계산되는지가 일정 설계의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확장의 관점도 있습니다. 관련디자인 출원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서, 첫 제품 출시 후 후속 모델·변형 디자인을 묶어 권리망을 넓히는 전략의 활용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모방이 빠른 카테고리일수록 기본디자인 하나로 버티는 방식에서, 관련디자인으로 유사 범위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국경 없는 디자인, 국경 있는 절차
디자인은 국경 없이 유통되지만, 디자인권은 철저히 나라별 절차 위에 서 있습니다.
지식재산처가 영문 안내서까지 내놓은 것은, 한국 디자인 시스템이 더 이상 국내 출원인만의 무대가 아니라는 점을 행정이 공식화한 장면으로 읽힙니다.
외국 기업이 한국의 절차를 학습하며 들어오는 동안, 국내 스타트업에게도 같은 질문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진출하려는 나라의 절차를 그만큼 알고 준비하고 있는가 — 디자인 경쟁이 창작의 영역을 넘어 절차 관리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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