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하나 때문에 거절된 디자인 출원 - 도면은 권리 문서 입니다.
2026년 5월 지식재산처는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출원도면 작성 가이드북」 개정판(Ver.4)을 내놓았습니다. 선도(線圖), 사진, 렌더링, 3D 파일 등 실제 등록 사례를 예시로 도면 작성 원칙을 안내하는 자료로, 지식재산처 홈페이지와 특허로(patent.go.kr)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사진 한 장이 거절결정으로 돌아온 이유
제품 용기 디자인을 직접 출원한 자영업자 C씨는 도면 대신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제출했습니다. 결과는 거절이었습니다. 촬영 과정에서 용기를 들고 있던 자신의 손가락이 사진에 함께 찍혔기 때문입니다. 등록받을 물품이 아닌 대상이 도면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몰랐던 것입니다.
엔지니어 D씨의 사정도 비슷했습니다. CAD로 작성한 설계 도면을 그대로 캡처해 출원했지만, 치수선과 보조선, 기호를 삭제하라는 심사관의 의견제출통지서를 받았고, 여러 차례 보정을 거친 뒤에야 등록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 사례 모두 디자인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디자인을 '표현하는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거절결정의 절반 가까이가 '나홀로 출원'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개인의 실수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숫자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식재산처가 지난 3년간(2023~2025) 심사한 디자인출원은 약 15만 건. 이 중 거절결정은 2만 9,677건이었습니다.
거절결정의 45.7%(1만 3,559건)가 변리사 등 대리인 없이 출원한 개인출원인에게 집중됐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8%가 도면 작성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공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됐습니다.
2024년 거절사유를 따로 보면 '도면 및 디자인의 설명 작성 오류'가 36.9%로 1위였고, 물품명칭·물품류 부정확(19.6%)이 뒤를 이었습니다. 창작성 결여(14.9%)나 신규성 상실(14.3%) 같은 실체적 사유보다, 서류 작성 단계의 문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도도 움직여 왔습니다. 2025년 11월 28일부터는 출원서의 [디자인 창작내용의 요점] 기재란이 폐지됐고, 2026년 5월 지식재산처는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출원도면 작성 가이드북」 개정판(Ver.4)을 내놓았습니다. 선도(線圖), 사진, 렌더링, 3D 파일 등 실제 등록 사례를 예시로 도면 작성 원칙을 안내하는 자료로, 지식재산처 홈페이지와 특허로(patent.go.kr)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왜 도면이 문제가 되는가 — 도면은 그림이 아니라 청구항입니다
가이드북이 강조하는 전제는 하나입니다. 디자인 도면은 특허출원의 청구항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등록디자인권의 권리범위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심사관이 가장 꼼꼼히 살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충돌 지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디자이너에게 좋은 그림은 개성적이고 표현이 풍부한 그림이지만, 출원도면은 정반대를 요구합니다. 부수적인 장식이나 회화적 펜 터치, 보조선이 들어가면 안 되고, 상상으로 남겨진 부분 없이 명확해야 하며, 그 도면만으로 같은 물품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심사관은 '공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림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규격의 문제이고, 한 번 잘못 그려진 도면은 보정 범위의 제약 때문에 수정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 이 영역의 특수성입니다.
스타트업에게 달라지는 것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디자인권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부터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품 외형뿐 아니라 패키지, 라벨, 글자체, 그리고 앱 화면·아이콘 같은 화상디자인까지 등록 대상이 넓어져 있고, 일부심사 대상 품목은 빠른 등록도 가능해지면서, 디자인권은 특허보다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는 권리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도면 품질이 곧 사업 리스크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도면 문제로 의견제출통지와 보정을 반복하면 등록까지의 기간이 밀리고, 그 사이 제품이 먼저 공개되면 신규성 이슈가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출시 일정이 빠듯한 스타트업일수록 '일단 직접 출원하고 나중에 고치자'는 접근이 통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개성적으로, 도면은 표준적으로
지식재산처 남영택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가이드북을 내놓으며 "디자인이 개성적이라 하더라도 디자인출원도면은 표준화되어야 하며, 올바른 디자인도면은 강한 디자인 권리보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과 애플의 분쟁 이후 디자인이 지식재산의 중심 무대로 올라온 지 10년이 넘었고, 이제 보호의 무게는 '무엇을 창작했는가'에서 '그것을 어떻게 특정해 두었는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가이드북 발간은 그 흐름을 행정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장면에 가깝습니다. 출원 전에 키프리스(KIPRIS)에서 유사 물품의 최신 등록 사례를 확인하고, 도면을 권리 문서로 다루는 습관이 디자인 경영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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