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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X 시리즈 ③ 위성·우주정거장·화성, 어디서 특허가 작동할까?

SpaceX 시리즈 ③ 위성·우주정거장·화성, 어디서 특허가 작동할까?

특허 침해 여부는 단순히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제품의 [제조-발사-운용]이라는 3단계 생애 주기를 따라 얽히고설키기 때문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우리는 우주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특허권이 ‘등록국 원칙(Flag State Principle)’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실전은 훨씬 복잡합니다. 특허 침해 여부는 단순히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제품의 [제조-발사-운용]이라는 3단계 생애 주기를 따라 얽히고설키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스페이스X 시대를 살아가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반드시 시뮬레이션해봐야 할 5가지 구체적인 침해 시나리오를 살펴보겠습니다.


시나리오 1. 완벽한 우회 : 한국에서 만들고 한국 국적으로 쏘다

  • 상황: 스페이스X가 미국에서 ‘위성 자세 제어 기술’을 특허로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 A가 이 기술을 그대로 복제하여 한국 공장에서 위성을 제조하고, 한국 정부에 등록하여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했습니다.

  • [단계별 판단]

    • 제조 단계(한국): 스페이스X가 한국 특허를 별도로 확보하지 않았다면, 한국 내 제조는 적법합니다. (속지주의)

    • 발사 단계(한국): 발사 행위 역시 한국 법권 내에 있으므로 침해가 아닙니다.

    • 운용 단계(우주): 이 위성은 ‘한국 국적’입니다. 우주에서도 미국 특허법이 아닌 한국 특허법이 적용되므로 스페이스X는 이 위성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미국 특허 하나만 믿다가는 제조 강국(한국, 독일 등)에서 쏘아 올린 ‘합법적 복제 위성’에 시장을 다 뺏길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2. 플랫폼의 종속 : 한국산 부품, 스페이스X 로켓에 타다

  • 상황: 위 시나리오와 동일하게 한국 기업 B가 부품(센서)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품을 한국 로켓이 아닌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십’에 실어 보냈다면 어떻게 될까요?

  • [단계별 판단]

    • 제조 단계(한국): 여기까진 안전합니다.

    • 발사 단계(미국): 위성(부품)이 미국 발사장에 도착하는 순간, 미국 특허법에 따른 ‘수입 및 사용’ 침해가 즉각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운용 단계(우주): 반전입니다. 미국 특허법 제105조에 따라 미국 국적 우주선에 탑재된 부품은 ‘미국 영토 내 실시’로 간주됩니다. 즉, 우주에서도 미국 특허 침해가 성립합니다.

기술의 출처(제조국)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올라탄 ‘배’의 국적입니다. 스페이스X라는 거대 플랫폼에 올라타는 순간, 당신은 미국 특허법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시나리오 3. 영공의 충돌 : 한국 상공을 지나는 스타링크 위성

  • 상황: 스페이스X의 위성이 한국 상공을 지나며 한국 기업 C의 통신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국내 법원에 침해 소송을 걸 수 있을까요?

  • [단계별 판단]

    • 운용 단계(한국 상공): 위성이 한국 영공에 있더라도, 등록국 원칙에 따라 이 위성은 여전히 ‘미국 영토’입니다. 한국 법원은 관할권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 돌파구(지상): 다만, 위성과 통신하는 ‘지상 단말기’가 한국 영토 내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단말기에서의 실시는 명백한 한국 특허 침해이므로, 스페이스X를 압박할 가장 강력한 카드는 하늘이 아닌 ‘땅’에 있습니다.


시나리오 4. 궤도 위 제조 : 무중력 신약이 지구로 돌아올 때

  • 상황: 어느 나라 법도 미치지 않는 공해상 궤도에서 특허 침해 공정으로 신약을 제조했습니다. 우주에선 침해가 아니었지만, 이 약을 담은 캡슐이 한국 영토로 귀환한다면?

  • [단계별 판단]

    • 제조 단계(우주): 등록국이 제3국이라면 침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 귀환 및 통관(지구): 핵심 리스크입니다. 제조 공정 특허는 그 공정으로 만든 ‘물건’에도 효력이 미칩니다. 약이 든 캡슐이 한국이나 미국 땅에 닿는 순간, 통관 단계에서 특허 침해 물품으로 압류될 수 있습니다.

우주 제조 스타트업은 하늘에서의 자유가 아닌, 제품이 팔릴 ‘지상의 시장’을 기준으로 IP를 설계해야 합니다.


시나리오 5. ISS의 미로 : 1분 만에 바뀌는 관할법

  • 상황: 국제우주정거장(ISS) 내 일본 모듈에서 실험 장비를 사용하던 우주인이, 이 장비를 들고 통로를 지나 미국 모듈로 건너갔습니다.

  • [단계별 판단]

    • 이동 단계: 일본 모듈에서는 일본 특허법이, 미국 모듈에서는 미국 특허법이 적용됩니다. 우주인이 복도를 건너가는 1분 사이에 적용되는 법률이 실시간으로 교체됩니다.

다국적 협력이 잦은 우주 공간에서는 ‘어느 모듈에서 최종 결과가 나왔는지’가 권리 귀속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ISS 내에서의 연구 활동을 계약할 때 IP 조항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론: 우주 비즈니스의 완성은 ‘입체적 IP 지도’

우주 IP 분쟁은 단순히 “특허가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이 아닙니다. 우리 제품이 어느 나라에서 제조되어, 어느 나라 국적의 로켓에 실려, 어느 나라의 관할권 아래서 운용될 것인가라는 입체적인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아야 합니다.
특히 스페이스X 같은 독점적 발사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스타트업들은 자신의 기술이 미국 특허법이라는 거대한 그물망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투자자(VC) 역시 우주 기업을 실사할 때, 그들의 특허가 과연 ‘예정된 발사체와 등록국’에서도 효력이 있을지 날카롭게 질문해야 할 것입니다.
우주 비즈니스의 성공은 발사대 위가 아니라, 당신의 IP 포트폴리오가 그려내는 ‘법적 영토’ 위에서 결정됩니다.

Author

이준권 대표 변리사

디테일은 집요하게 보되, 사람은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제 일의 원칙입니다.

정확함과 배려는 함께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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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인의 일과 사람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사무소의 일상과 작은 순간들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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