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적 특허 침해의 경계선과 증액 배상의 실무적 쟁점
고의적 특허 침해는 침해자가 특허의 존재를 인지하고도 행위를 지속했다는 사실만으로 배상액이 최대 5배까지 증액될 수 있으며, 최근 판례는 그 판단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고의적 특허 침해의 경계선과 증액 배상의 실무적 쟁점
특허 분쟁에서 침해 여부만큼이나 중요한 변수는 ‘고의성’의 유무입니다. 단순히 특허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넘어, 이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지속했는지에 따라 기업이 짊어져야 할 경제적 책임의 크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 특허법이 고의적 침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 한도를 상향하고 있습니다.
특허 침해에서 '고의성'은 왜 배상액의 판도를 바꾸는가
특허법상 고의적 특허 침해란 타인의 특허권 존재를 알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해당 특허를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과거 한국 법원은 실제 발생한 손해만큼만 배상하도록 하는 '전전적 배상 원칙'을 고수해 왔으나, 기술 탈취 방지와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징벌적 성격의 배상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한국 특허법의 증액 배상 한도 변화]
증액 배상은 법원이 고의적인 침해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액을 초과하여 배상금을 부과하는 제도로서, 침해자의 악의성을 징벌하고 유사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구분 | 2019년 이전 | 2019년 개정 (현행 적용) | 2024년 개정 (시행 중) |
배상 한도 | 실제 손해액 범위 내 | 실제 손해액의 최대 3배 |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 |
도입 목적 | 피해 구제 중심 | 고의 침해 억제 및 징벌 | 기술 보호 강화 및 억제력 극대화 |
위 표에서 볼 수 있듯, 법 개정을 통해 배상 한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아직 특허권자의 지위가 강한 미국과 같은 나라에 비할 수는 없지만, 점진적으로 특허권자의 보호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해석됩니다.
미국 판례의 흐름: Halo 판결이 바꾼 기준
한국의 증액 배상 제도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의 Halo 판결은 고의성 판단 기준을 '객관적 기준'에서 '주관적 인식' 중심으로 옮겨놓은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출처] 각국의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와 우리나라 실무적 운영방안에 대한 검토, 국가지식재산법연구센터
미국 연방법전 35 U.S.C. §284는 특허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규정하며, 법원은 침해 행위를 보상하기에 충분한 금액(일실이익 또는 합리적 로열티)을 배상해야 합니다 . 특히, 고의적 침해 시 손해배상액을 3배까지 증액(징벌적 손해배상)할 수 있는 지방법원의 재량권을 부여합니다.
구분 | Seagate 기준 (2007) | Halo 기준 (2016) |
판단 요건 | 객관적 무모성 + 주관적 인지 (이중 요건) | 주관적으로 무모한 행위만으로 충분 |
입증 책임 |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 필요 | 우월한 증거(Preponderance)로 완화 |
실무적 의미 | 소송 후 만든 논리로 방어 가능 | 침해 당시의 의도가 가장 중요함 |
Halo 판결 이후, 침해자가 소송이 시작된 뒤 뒤늦게 "특허가 무효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 근거가 있었다"라고 주장하는 방식은 더 이상 고의성을 부정하는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침해 행위 당시 특허를 인지하고도 무시했다면 증액 배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식기선반 판례가 시사하는 실무적 쟁점
최근 특허법원은 식기선반 특허 침해 사건을 통해 증액 배상의 적용 범위와 고의성 인정 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이 판결은 특히 '행위의 연속성'과 '법 적용 시점'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쟁점 1: 법 개정 전후에 걸친 침해 행위의 처리
피고는 최초 침해 행위가 증액 배상 제도가 도입된 2019년 7월 이전부터 시작되었으므로 증액 배상이 불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침해 행위가 발생한 날마다 별개로 성립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즉, 제도 시행 이후에 발생한 개별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아닌 정상적인 법 적용으로서 증액 배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쟁점 2: '하나의 행위'인가 '별개의 행위'인가
법원은 약 4년간 이어진 30회의 생산·판매 행위를 각각 별개의 침해 행위로 보았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적 간격: 생산과 판매가 단속적으로 이루어짐
제품의 다양성: 서로 다른 모델(제1제품, 제2제품)이 혼재됨
거래처의 분리: 공급받는 업체가 상이함
이처럼 침해 행위를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판단할 경우, 침해 횟수가 누적될수록 법원은 침해자의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의도'를 인정하기 쉬워집니다.
쟁점 3: 고의가 인정되는 구체적 정황
해당 사건에서 피고는 이미 관련 형사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권리범위확인심판 및 등록무효심판을 통해 특허의 존재를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이란 특정 제품이 특허권의 보호 범위에 속하는지를 특허심판원이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고도 제품 생산을 강행한 것은 고의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습니다.
NOTE: 기업은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FTO(Freedom to Operate) 조사를 통해 타사의 특허 침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만약 경고장을 수령했다면, 이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즉시 법률 전문가를 통해 비침해 논리를 구축하거나 설계 변경(Design-Around) 가능성을 타진해야 합니다. 소송 단계에서 준비하는 사후적 변명보다, 분쟁 발생 직후의 적극적인 대응 기록이 5배 배상이라는 극단적인 리스크를 막는 유일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결론
특허법원의 이번 판결은 증액 배상 제도의 실질적인 작동 기제를 보여줍니다. 침해 행위가 과거에 시작되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으며, 행위가 지속되는 한 매 순간이 새로운 침해로 간주되어 가중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특히 형사 판결이나 심판 결과가 존재하는 상태에서의 침해 지속은 법률적으로 매우 방어하기 어려운 지점에 해당합니다.
[참조 자료]
특허법원 판결속보 (구 특허법 제128조 제7·8·9항 적용 사례)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64462 판결
미국 연방법전 35 U.S.C. §284
Halo Electronics, Inc. v. Pulse Electronics, Inc., 579 U.S. 93 (2016)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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